한때 중국 시장에서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스타벅스가 결국 주도권을 내려놓는다. CNN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던 이 미국 커피 제국이 이제 현지 투자사에 지배권을 넘기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 문화의 상징이자 서구적 소비의 아이콘이었던 스타벅스가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둘러싸고, 포화된 시장과 구조적인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포화된 시장
약 30년 전, 스타벅스가 중국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 분위기는 축제에 가까웠다. '황금사자춤' 공연이 펼쳐졌고, 손님들은 김이 피어오르는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처음 맛보는 카푸치노에 환호했다.
차(茶)를 즐기던 나라에 커피 문화가 빠르게 스며들며, 스타벅스는 곧 중산층의 일상과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에서15시간마다 한 곳씩 매장을 열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갔고, 이 시장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 핵심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그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내 사업의 지배 지분을 현지 투자사 '보위캐피털(boyu capital)'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새 계약에 따라 보위캐피털은 중국 내 8,000여 개 매장의 최대 60% 지분을 확보하고, 스타벅스는 40%의 소수 지분만 유지하며 브랜드와 지식재산권을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한다.
베이징 중심부의 고급 쇼핑몰, 스타벅스가 처음 문을 열었던 자리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예전엔 스타벅스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움'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며 커피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현재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층과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변화 속에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국 토종 브랜드인 럭킨커피(Luckin coffee)는 매장 수와 매출 모두에서 이미 스타벅스를 제쳤다.
2017년 창립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급성장한 럭킨은 현재 스타벅스의 세 배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커피 한 잔 가격은 스타벅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제 럭킨은 뉴욕에도 매장을 열며 스타벅스의 본거지까지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 음료 시장은 스타벅스가 처음 진입한 1990년대 말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때는 커피 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스타벅스는 서구식 소비재의 상징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음료 브랜드가 저가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 은퇴자는 "처음엔 커피 맛이 낯설었지만, 스타벅스를 통해 문화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부유층이 줄며 지출 여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25 회계연도 기준 중국 내 기존 매장 매출이 1% 감소했다고 밝혔다. 고객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이 5% 줄어든 결과다. 게다가 믹스쉐빙청(蜜雪?城), 차지(茶寄), 헤이티(喜茶) 등 차 음료 체인들이 급성장하며 새로운 경쟁 축이 형성됐다.
특히 믹스쉐빙청은 이미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식음료 체인이 되었으며, 음료 가격은 2~8위안(약 30센트~1.20달러)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이번에 스타벅스의 지배 지분을 인수한 보위캐피털은 믹스쉐빙청의 IPO에도 투자한 바 있다.
금융업 종사자 캐리 천(28)은 "스타벅스는 여전히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이미지로 차별화되지만, 요즘은 메뉴가 너무 안전하고 새로움이 없다"며 "스타벅스의 급성장 시기는 이미 지났지만, 현지 파트너와 손잡는다면 새로운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광범위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벅스의 중국 사업 매각이 단순한 '지분 조정'이 아니라, 사업 전략 부진과 구조적 위기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중국 내 가격 경쟁, 소비자들의 '국산 브랜드 선호', 그리고 소비심리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관계 전문가 진루(??)는 "이번 결정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며,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단수(Dan Su) 역시 "새 합작회사는 앞으로 치열한 싸움을 겪겠지만, 동시에 경쟁력 회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며 "스타벅스가 다시 입지를 되찾으려면 메뉴 혁신과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가 직면한 문제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미 시장에서도 독립 커피숍과 블루보틀, 던킨 등의 부상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맥도날드보다 비싼 가격 정책은 소비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난항 속에서, 작년 브라이언 니콜이 CEO로 부임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미국과 캐나다 매장의 약 1%를 폐점하고, 메뉴 단순화와 리모델링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엇갈렸다.
2025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3% 증가했지만, 기존 매장 매출은 1% 감소에 그쳤다.
스타벅스는 1년간의 파트너 물색 끝에 보위캐피털과 협력하며 "중국 내 8,000개 매장을 장기적으로 2만 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중국 내 전체 사업 가치가 13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소식은 중국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네티즌들은 "평소에는 럭킨을 마셔요. 스타벅스는 너무 비싸죠.", "스타벅스 한 잔 값이면 럭킨 세네 잔은 살 수 있잖아요."라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는 "스타벅스도 이제 럭킨처럼 저렴한 메뉴를 내놓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