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에 공개되 글로벌 인기를 얻은 K-드라마들. (왼쪽부터) 참교육,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K드라마 수출 대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방송·영상 분야의 무역흑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 전체로는 사상 최대 수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방송·영상 분야만 놓고 보면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늘었다. 글로벌 OTT를 통한 K콘텐츠 유통이 확대되는 가운데 콘텐츠를 많이 파는 것과 국내에 실제로 남는 수익이 커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지식서비스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콘텐츠산업의 지식서비스 무역수지는 21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58억 4000만달러, 수입은 37억 달러로 집계됐다. 게임이 19억 7000만달러로 가장 큰 흑자를 냈고 음악이 6억 60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방송·영상은 2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표=한국은행]
문제는 방송·영상 분야의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방송·영상 무역수지는 3억 6000만달러 흑자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억 3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1년 사이 흑자 규모가 약 36% 줄어든 셈이다.
수출과 수입을 따로 보면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방송·영상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 8억 1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7억 3000만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4억 5000만달러에서 5억 1000만달러로 늘었다.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남기는’ 방향과는 반대 흐름이다.
이번 통계에서 K콘텐츠 전체 성적만 보면 분위기는 좋다. 콘텐츠산업은 21억 4000만달러 흑자를 냈고, 특히 게임과 음악이 전체 흑자를 크게 끌어올렸다. 반면 방송·영상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규모가 축소됐다.
이는 ‘K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과 ‘영상산업의 무역수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명제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지식서비스 통계에서 방송·영상 관련 거래에는 해외 OTT를 대상으로 한 국내 제작사의 콘텐츠 제작·납품이나 콘텐츠 저작권 거래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해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국내에서 발생한 구독료를 지급하는 거래와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해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부터 제작비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납품하는 사례 등을 관련 거래의 예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번 통계의 ‘방송·영상’ 수지가 OTT만을 별도로 집계한 수치는 아니다. 따라서 방송·영상 무역흑자 감소를 OTT 하나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OTT와 연결해 볼 수 있는 지표는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해외 OTT 구독료 등이 포함되는 멀티미디어 저작권 수지는 지난해 하반기 2억 9000만달러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4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해외 저작권 사용료 지급이 늘어난 가운데 정보통신업의 저작권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결국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핵심은 K드라마와 K콘텐츠의 해외 인기를 단순한 수출액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 OTT에서 방영되더라도 국내 제작사가 제작비나 일정한 판권료를 받는 구조인지, 장기적인 IP 권리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국내에 남는 경제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지식서비스 통계에서도 저작권 전체 수지는 올해 상반기 7억 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억 9000만 달러 흑자였던 저작권 수지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이 수치는 방송·영상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저작권 거래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K드라마의 IP 수익 감소로 직접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앞으로는 ‘얼마나 많이 수출했는가’뿐 아니라 ‘콘텐츠에서 발생한 IP와 수익을 얼마나 국내 기업이 확보했는가’가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T를 통한 콘텐츠 유통이 확대되면서 한국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자체는 크게 늘었지만, 제작비 회수와 판권·IP 확보 구조에 따라 국내에 귀속되는 수익은 달라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콘텐츠 수출 규모뿐 아니라 IP를 통한 장기적인 수익 창출 여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