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방공무기가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5일 경북 성주군의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에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중동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주한미군 방공무기를 중동으로 차출하는 것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주한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과 사드 등이 중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C-5 갤럭시가 오산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큰 관심을 끌었다.
앞서 주한미군 오산기지에서 길이 75미터가 넘는 초대형 기체 'C-5 갤럭시'와 'C-17 글로브마스터' 등 미군 대형 수송기가 자주 이착륙하면서 주한미군의 방공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C-5 수송기 2대와 C-17 수송기 11대가 오산기지에서 이륙했다.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포착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오산기지에서 이륙한 미군 대형 수송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C-17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 전 패트리엇 포대를 이송할 때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C-5는 C-17보다 큰 수송기로 오산기지 기착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C-5를 포함해 많은 미군 대형 수송기가 이례적인 빈도로 오산기지에서 이착륙함에 따라 패트리엇 포대 반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공군 제3미사일방어여단 8787부대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지난해에는 8개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 중 2개 포대가 반출됐다가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패트리엇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도 일부 시스템이 중동으로 차출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사드 시스템 일부를 한국에서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태큼스 발사 장면 / 사진 출처: 국방홍보원 유튜브
현재까지는 방공무기 위주로 차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동사태가 지상전으로까지 확대되면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주한미군이 보유한 지상무기는 물론 병력까지 차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공군이 지난해 12월16일 미국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보잉 747기를 이용해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수송돼온 레이저유도폭탄에 장착할 페이브웨이 유도키트 탑재 상자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 공군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2월엔 주한미군 오산기지의 유도폭탄 키트 1000여 개가 미 본토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 공습을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인 만큼 사전에 무기를 배치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에는 주한미군 전투부대가 중동으로 차출됐고 해당 부대는 이후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중동으로 차출된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는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과 '천궁-2'로 일부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사드와 같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주한미군이 보유한 1개 포대만 우리나라에 배치돼 있어 현재로선 대체할 수 있는 전력이 없다.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국산 방공무기 L-SAM은 내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한다.
정부는 일단 현 수준의 주한미군 전력 일부 차출로는 대북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력 중동 반출이 이뤄진다고 해서) 우리의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심하게 생기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군사방위비 지출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높다. 국제기구가 평가하는 군사력 수준도 세계 5위일 정도로 군사방위력 수준이 높다”고 강조했다.